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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인들은 한국을 어떻게 생각할까? 또 어떻게 봐야 할까?

대만의 '반한'

'반한(反韓)'이란 표현은 대만인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말로, 대부분의 기성세대 대만인들은 1992년 두 나라가 단교한 뒤부터 한국인들이 대만을 가차 없이 배신한 것을 두고 배은망덕하다고 여겼다. 그 후 12년간 한국과 대만이 단교하면서 교류가 끊겼고, 그 후에도 자잘한 운동경기에서의 논란과 가짜 뉴스들이 대만인들의 반한 감정을 자극해 2011년 설문조사에서 한국이 중국에 이어 대만 청년들이 생각하는 가장 비호감적인 국가 2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간 역사와 설문조사만으로 '대만은 한국을 정말 싫어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옳을까?

대만에서 반한 감정이 고조되자 대만 내에서는 "한국인은 공자를 한국인이라고 하고, 한국인은 단오절이 한국에서 왔다고 말한다." 등의 한국 찌라시가 판을 쳤다. 그러나 이들의 유언비어는 공자가 한국 교과서에서 중국인으로 되어있으며 한국인이 말하는 강릉 단오절은 단오라는 단어만 같을 뿐 사실상 다른 명절이라는 것이 밝혀져 무산되었다. 안타깝게도 수십 년 전의 환경 속에서 '정통 중화 문화의 계승자'로 자처한 대만인들이 언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언론을 맹목적으로 믿게 되어 한국인들이 자신의 문화를 훔치려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대만사람들은 최근 10년 동안 점차 '중화민국'과 '대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보다 현재의 대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지역문화를 중시하고 대만인에 대한 정체성도 과거의 단순한 '중화 문화 계승자'를 훨씬 뛰어넘는다. 나 또한 한 명의 23살 대만 젊은이의 눈으로 한국을 봤을 때 어릴 적의 나 또한 "한국인들은 어떻게 우리 중화 문화를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지?"라는 생각을 가지긴 했었다. 근데 어른이 되어보니 한국인들은 전혀 그런 사람들이 아니었고 중화 문화라는 것은 애초에 대만의 것도 아니었다. 과거에는 권위적인 중화민국의 교육이 대만인들이 옛 중국의 사고방식을 계승하기를 바랐으나 대만의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생김에 따라 대만인들은 최근 십여 년 동안 점차 대만인 본연의 사고방식을 발전시켰다. 즉, 처음의 단교와 공자, 단오절 사건이 만약 오늘날에 일어난다면 대만인들의 반응은 사뭇 다를 것이다. 대만인들은 아마도 한국을 '옛 중국'과 단교하고 '중국 문화'와 논쟁을 일으키는 타국이구나. 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한국이 '대만'과 단교하였고 혹은 '대만의 문화'를 훔쳤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만에서의 새로운 한국 이미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지만, 사실 "한류"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대만 신문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류의 시작은 두 나라의 민주화와 정부의 정책 덕분으로, 1987년 대만 계엄 해제, 같은 해 한국의 6.29 민주화 선언으로 거의 동시에 언론의 자유를 개방한 뒤,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영화 검열제도를 폐지하고, 대만도 1994년 유선 케이블TV를 보급함으로써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대만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타이베이 주재 한국대표부 구양근 전 대만 대표(2011.8.4)는 대만 없이는 한류도 없다고 공언했다. 대만은 외래문화에 대한 수용도가 높기 때문에 많은 한국의 유행 산업들은 대만에 먼저 간 후에 다시 동남아로 나가는 것이 절차가 되었다. 대만에서 먼저 한류가 유행하면서 한 해 동안 백여 편에 이르는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었고 한국 문화가 알려지면서 한국에 대한 대만인들의 한국 이미지는 큰 변화를 겪었다.

그러나 2000년대 초 대만인들의 반한(反韓)에서 호한(好韓)으로의 전환은 유행문화 차원에 그쳤고, 다른 정치·외교 전통사회는 여전히 옛 중국에 대한 과거 대만인들의 정체성 등으로 인해 한국을 제대로 좋아할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10여 년간 대만인들의 정체성이 크게 뒤바뀌면서 대만인들은 중화민국과 한국의 과거를 손절하기 시작했다. 1992년의 단교나 대한민국 상해 임시정부에 대한 장제스(蔣介石)의 도움은 사실 대만인들에게 있어서 '오래된 중국'과 한국의 '타국역사'에 가깝다. 대만인들은 더 이상 중국에 대한 공감대를 갖지 않고 있으며, 한국을 새로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만인들이 한국을 새롭게 인식할 가장 좋은 시기는 사실 '지금'이며, 몇 년 동안 대만 민간에서는 "과거에 대만이 한국에게 누명을 씌웠지만 사실 단오절과 공자, 대만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만인이라는 새로운 공감대는 대만인들이 자신의 대만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들었지만 한국과의 교류는 과거 중화민국과 한국의 관계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대만 본토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고 매우 제한적이며 대만과 한국의 역사가 몹시 비슷하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과거 오해가 있었던 만큼 많은 해명이 필요하고, 새로운 대만과 한국의 교류도 이제부터는 새로운 '대만 문화'로서 재인식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한국이 대만에 다시 알려질 수 있을까?

과거 대만인들이 가짜 뉴스로 인해 한국을 싫어해 한국에 대한 다른 지식이 없었던 데 비해, 현재의 대만은 한국 영화와 한국 드라마, 삼성 등의 대기업 제품, 한국 경제의 수직 상승 등으로 인해 한국을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유행문화와 경제무역의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대만의 한국 전통문화와 사회·인문에 대한 인식은 매우 제한적이고 유일하게 대만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은 예쁜 한류 스타나 커다란 삼성 로고뿐이다.

"남을 아는 가장 좋은 방식은 먼저 남과 내가 비슷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한국과 대만인들은 서로의 역사와 과거를 알아야 한다.

과거 대만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독재적인 통치를 받았으며, 대만인들은 중화민국으로부터 '중국의 역사'를 장기간 교육받았기 때문에 많은 대만인들은 오늘날의 민주와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한국은 과거 사건, 예를 들면 제주도 4.3 사건, 광주 4.19 민주혁명, 위안부 등 수 많은 정부 입법, 배상, 과거 청산을 기념일로 제정한다. 반면 대만도 제주 4.3 사건과 같은 비슷한 228대학살과 부마민주항쟁과 같은 년도에 민주 항쟁자가 미려도에서 집단 체포된 사건, 과거엔 일본에게 위안부 징집 등을 당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대만은 과거 청산과 정의 전환(Transitional Justice)이라는 여러 방면에서 한국보다 못하다. 분명히 한국과 대만은 과거 권위에 대한 저항으로 오늘의 민주적 자유를 얻었지만, 서로 일치되어 있는 민주화의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좌)한국의 위안부 기념관 '평화의 집', (우)대만의 위안부 기념관 '아모집'
따라서 나는 유행 문화 외에도 대만과 한국 사이에 서로의 역사를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대만 친구들이 자국 역사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데도 영화 '1987'을 보고 감동해 한국 역사를 알아보고 나니 대만과 한국은 정말 비슷한 역사를 가졌다는 것이 알려지기도 했다. 대만은 정치적 이유로 한국과 많은 공식 교류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대만 민간차원에서 한국의 역사와 전통 사회 문화를 더 많이 알릴 수 있다면, 그 비슷한 과거는 오히려 대만인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켜 한국에 대한 호감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인에게 한국인들의 많은 민주화운동 영화들은 대만인들에게 왜 똑같은 피눈물을 흘렸음에도 우리는 안되는건지 반성하게끔 했다.

대만과 한국에서는 각각 과거의 역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있는데, 대만의 백색공포 시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반교'와 한국의 6월 민주 항쟁을 모티브로 제작한 '1987'이다. 모두 역사를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로, 대만에서는 공상과학 공포 방식으로 모호하게 촬영하였고,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하고 있었다. 반대로 한국은 역사적 사실을 잘 표현하면서 다수의 대만인들이 한국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좌)대만의 백색공포시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반교', (우)한국의 6월 민주 항쟁을 모티브로 제작한 '1987'

결론

나와 나의 한국 친구들은 이번 연도 5월 18일에 대만 한국 신문 페이지를 페이스북에 만들었다. 우리는 이미 많은 대만의 언론, 신문에 대만과 한국 역사를 비교하고 한국의 전통사회와 문화를 소개하는 글들을 기고하고 있다. 비록 이 방면에서 대만에 대한 정보력이 상당히 부족하다 하더라도 우리는 대만사람들에게 "원래 한국의 과거가 우리와 이렇게 비슷한가?"라는 것을 알리게 되었다. 또 한국 사람들에게는 "원래 대만 과거가 우리와 어떻게 닮았나?"를 생각하게 하였다. 우리들은 서로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최우수상]
邱冠霖 (구관림)

(활동국가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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