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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당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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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해자료 활용

현명한 사람이 되려면 10권의 좋은 책을 읽어야 하지만, 이 10권의 책을 찾기 위해 수천 권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연 좋은 책은 무엇일까요? 저는 다시 읽고 싶은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주제와는 별도로 책이 아주 흥미롭고 잘 쓰여 잘 읽히거나, 책에 있는 정보가 도움이 되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예전에 느껴보았지만 잊고 지내던 감정, 그리고 새롭게 얻은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책도 훌륭한 책입니다. 좋은 책은 즐거움을 주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자신의 감정과 마음, 세상을 다시 생각해보는 동기를 부여합니다. 그런 책 중에서 다시 읽고 싶은 책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대부분은 새로운 재미와 지식, 감정을 찾길 바라기 때문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에게 "Korea in the world"는 다시 한번 펴볼 만한 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이 책은 처음에 Wikipedia나 사전을 읽는 것처럼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역사와 문화, 그리고 경제에 관한 사실을 엮어 텍스트를 작성했지만, 읽기가 어렵고 재미없습니다. 작가의 의도는 한 페이지에 최대한 많은 텍스트와 사실을 써넣는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수많은 사실이 쉼 없이 연속적으로 나오기 때문에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의미 없이 텍스트만 읽어 내려가기만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연구된 뇌과학 이론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연속해서 나열되는 정보는 효율적으로 기억하지 못하며 심지어 그런 정보 중 단 한 가지조차 기억해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읽으며 아주 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지만 실제로 기억되는 정보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국인의 사고방식을 알려주기 위한 책이지만,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나서 한국은 어떤 나라인지,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어떤지 이해하기 힘듭니다. 글은 사전과 같이 단순히 정보만 나열하는 식의 문장으로 작성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특별한 인상이나 깨달음, 감동 등을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경제 성장에 관한 부분에서 전문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했기 때문에 매우 놀랐습니다. 예를 들면, conjuncture나 Surplus가 경제 분야의 전문용어이기 때문에 경제를 전공하지 않거나 전문 배경지식이 없다면 독자들이 모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경제학과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Korea in the world"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없었지만, 작가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처음 계획을 세웠을 때 어떤 계층과 분야의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려고 했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책 이곳저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특정 독자를 위한 책이라는 언급은 없었습니다. 사용한 어휘와 문체를 보면 아마도 대학생을 대상으로 책을 썼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만, 대학생의 학습을 위한 도서로는 오히려 정보가 단순하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정보는 부족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을 더 알아보려는 일반 사람들과 외국인들에게는 이해하기 너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Korea in the world"이지만, 주로 한국 역사와 경제와 관련된 분야만 언급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과는 상반되게 세계 속의 한국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습니다. 한국이 고대사에서 실크로드의 일부였음이 두 줄로 나오는데, 그때 다른 나라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다른 나라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한 추가 정보가 없기 때문에 그 시대 세계 속의 한국 모습과 위상을 알기 어렵습니다. 고대사에 관한 정보가 없어서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현대의 한국이 세계에 끼치는 영향, 위상과 같은 언급도 너무 적었습니다. 그저 한 문장으로 K-pop과 한류의 정보만 기재되어 있었을 뿐입니다.

지루하고 사전적인 문장구성으로 책에 쓰인 정보가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못한 점, 단순하고 일반적인 정보의 나열과 보편적 독자들이 읽기 힘든 전문용어의 많은 사용, 제목과는 상반되게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닌 역사와 경제 분야에 편중된 내용이라는 큰 단점이 있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습니다. 사전적인 문체로 쓰여있기 때문에 6·25전쟁에 대한 부분에서는 한쪽 이념에 치우쳐 있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한국의 책에서 6·25 전쟁과 관련된 일부 글들은 반공교육과 냉전으로 인해 소련에 대해서 적대적이고 부정적인 평가가 있지만, 이 책은 정치적인 평가 없이 중립적으로 씌어 있어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사건을 볼 수 있었습니다.

"Korea in the world"라는 책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앞서 글의 단점을 설명하며 기술했듯이 첫째, 지루하고 사전적인 문체를 '살아있는 문장'으로 변환해야 합니다. '살아있는 문체'란 문장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만드는 문장입니다. 정보전달을 주목적으로 하는 이런 종류의 책에서는 제공되는 정보와 관련된 흥미로운 예시를 제시하거나 스토리텔링을 제시함으로써 글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전달력도 높아질 것입니다.

둘째, 전문 서적이나 학습교재가 아니라면 좋은 책은 누가 읽어도 이해하기 쉬워야 합니다. 따라서 경제 분야를 다룰 때 자주 사용한 경제용어를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써주며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라면 예시가 추가되어야 합니다. 복잡한 경제 프로세스에 관한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이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경제학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어려운 개념을 여러 비유와 유머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 작가의 글솜씨로 인해 독서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간단하고 쉬운 언어를 비유와 유머로 섞어서 글을 쓰면 난해한 개념과 어려운 용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Korea in the world"도 마찬가지로 책의 좋은 의도를 쉽고 재미있게 구성한다면 효과적으로 주제가 전달될 것입니다.

셋째,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한국이 세계에 끼친 영향을 더 심도 있게 다뤄야 합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먼저 한국의 지정학적 특징을 설명해야 합니다. 고대부터 중국과 일본, 근대에는 러시아와 미국 등의 다양한 나라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한국의 위상과 역할, 영향을 기술한다면 효과적으로 작가의 의도가 전달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중국에서 불교를 받아들이고 일본에 문자와 불교를 전파하여 일본 고대에 지어진 절과 불상의 양식은 신라와 백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게 되었다.'와 같이 쓴다면 독자는 효과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예시와 스토리텔링으로 사용할 주제는 한·중·일의 도자기, 음식, 음악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한식, K-pop, 한국영화와 같은 한류와 비디오 아트와 그 창시자인 백남준과 같이 요새 트렌드의 흐름을 추가해주면 한국독자를 벗어나 한국에 관심이 많거나 한국에 관하여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는 외국인들에게도 큰 도움과 흥미를 줄 것이다. 예를 들어 기네스 펠트로가 가장 사랑하는 한국 음식 '비빔밥', 오바마 전 대통령이 맛있게 먹었던 '불고기', BTS의 전세계 투어 공연과 매진행렬 등 세계속의 한국의 지금모습도 보여준다면 좀더 풍성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Korea in the world"와 같은 종류의 책들은 민간외교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작가가 한국의 많은 정보를 주려고 하다 보니 욕심이 과해 역효과가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 할 수도 있으며 한국을 지루한 나라라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를 소개하는 책을 쓸 때는 읽는 독자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신중을 기하여 집필해야 합니다. 하지만 너무 신중하고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예시와 스토리텔링, 정확하고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제공한다면 독자들은 한국이라는 나라에 좀 더 흥미를 느끼며 세계속의 한국의 위상과 역할을 알게 될 것입니다. 미디어가 발달한 디지털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공공외교보다는 민간외교가 더 친숙하고 접근하기 쉽습니다. 한 권의 책이 여러 외국인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를 긍정적인 이미지화 하여 한국산 제품과 문화 콘텐츠 구매, 주변 지인들에게 한국을 퍼트리고 더 나아가 한국방문을 통해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여 책과 콘텐츠를 생산하여 한국 국익에 이바지되길 바랍니다.

[장려상]
Panteleeva Galina

(활동국가: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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