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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세계인들과의 한국 문화 교류

문명숙
문명숙
하비에르 국제학교, 교감
우리는 글로벌 시대에서 어디에 있거나 세계 시민으로 산다. 프랑스계 외국인 학교인 하비에르 국제학교는 세계 시민들 사이에서 다음 세대가 한국 문화를 바로 알도록 교육한다. 본교의 프리스쿨·초· 중·고등학교는 프랑스 교육부의 공식 교육 과정을 준수한다. 이에 더불어 엘렌 르브렝, 프랑스인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의 교육 신념을 따라 한국어와 국사를 정규 수업에 넣어 내·외국인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국 학생에게는 한국인으로서의 문화 정체성 정립을 위하여, 그리고 외국 학생에게는 삶의 터전인 나라의 언어를 알고, 그 언어를 통하여 문화를 이해함은 다원적 문화가 이루는 세계 시민 의식의 기본적인 요소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프리스쿨부터 고3까지 국어를 배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 (대학입학 자격시험)에 한국어가 있어 세계 어디를 가든 프랑스 학제에서 수학할 때, 원한다면 한국어를 계속 배울 수 있다. 최근 몇 년 전부터 본교에 장기간 재학한 외국인 교환학생 중에는 한국어 능력시험을 시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바칼로레아 국어 시험에도 도전하는 학생도 있다. 현재 15개국의 다국적 교사와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이 공존하는 학교라는 삶의 자리는 문화적인 갈등을 넘어 서로를 알고 이해하기 위한 문화 교류의 장이다.
하비에르 국제학교와 교문에 설치한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조형물
2016년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프랑스 대사를 초청한 가운데 학교 교문에 기념 조형물 제막식을 거행하였다. 프랑스 대표 상징물인 에펠탑 형상과 한옥의 지붕 선을 형상화하여 프랑스와 한국의 공간적 만남을 표현했다. 기념 축제일에 한국식 놀이와 프랑스식 놀이, 한국 음식 만들기와 프랑스 음식 만들기 사이에 경합을 벌이기도 했다. 이날 시음해 본 레시피들을 모아 책으로도 발간했다. 이러한 문화·역사적인 행사는 문화들 사이에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의 가치를 살려 문화적인 풍요를 서로가 누릴 기회를 갖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전 주한프랑스대사 페논과 하비에르 레시피 책
학교생활에서 이러한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초·중·고등학교 별로 다양한 학습 및 문화 이벤트가 있다. 초등학교는 매년 '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시에 대한 학습은 프랑스 교육의 한 기둥과 같다. 이 시의 향연 때는 프랑스 시뿐만 아니라 한국 시도 낭송한다. 시가 학교 일상에 자리하도록 1년 내내 교내 복도의 벽은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된 다양한 시가 있는 상설 전시장이 된다. '한복의 날'에는 한국 전통 의복에 대해 알아보고 입어보기 체험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자세까지도 배울 기회를 가졌다. 5월에는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한복을 입은 다국적 어린이들이 절하기, 대화하기, 종이접기 그리고 다 같이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부르고 학생들이 만든 크레프를 같이 나눠 먹는 '세대 간의 교류 학습'을 한다. 이 교류 학습은 어르신을 학교에 초대도 했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어르신 댁을 방문하여 대화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리고 이웃 한국 학교(세검정 초등학교)와의 문화교류활동을 통해 한국 학교의 교육 활동을 체험(한국어로 대화, 한국 전통놀이)하기도 했다.
시 페스티벌, 교내 복도에 한국어 시 전시
한복의 날, 세대 간의 교류 학습
또한, 학년말 축제 때 한국어 교사들이 주관한 설장구, 사물놀이, 전래동화 ("효성 많은 호랑이", "토끼의 재판" 등)의 공연은 항상 관객들에게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2020년 학교 축제 때는 한국어 교사가 사회적 거리 유지에 적합한 한국의 전통 탈춤 공연을 주관하였다. 몸놀림이 필요했던 학생들은 마스크 위에 또 다른 마스크(탈)를 쓰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기꺼이 응했고 의외로 절제된 동작으로 그들의 자유를 마음껏 펼쳐 보여 관객들의 호감을 불러일으킨 시간이었다.

2020년 6월 15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보훈처가 주관한 "전쟁을 딛고, 평화를 잇다."라는 제하의 '광화문 아리랑' 설치 미술에 본교의 다수 학생이 자신의 한 조각의 작품으로 참가하여 이 땅의 다른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작품과 함께 거대한 희망의 모자이크를 이루었다. 우리 청소년들이 '평화를 위한 기억'과 평화를 일상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는 중요한 의미를 깨닫게 된 날이기도 했다. 또한 전쟁의 참사를 들으면서 역사 인식을 새롭게 한 시간이기도 하였다.

이런 차원에서 본교의 국사 수업은 올바른 역사관 정립에 일조하리라 믿는다. 본교 중2(한국 학제 중1에 해당)부터 고1까지 4년간 국사를 정규수업으로 수학한다. 이 덕분에 2014년에 프랑스 자매학교(다니엘루 재단)의 교사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한국 학생이 한국 근대사를 불어로 소개해서 프랑스 교사들의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도 너 같은 청소년이 있다면(...)" 해외 장기체류를 했던 한국 학생이나 외국 학생들은 국사 공부를 어려워하면서도 엄마 혹은 아빠의 나라 역사를 다년간 공부한 끝에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 것 같다. 이 학생 중 몇 명은 한국사 교사와 함께 역사클럽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역사 유적지를 탐방하며 한국의 문화 역사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이 클럽 활동이 지금은 중단되었지만, 이 학생들이 교정에 심은 무궁화 몇 그루는 그들의 역동적인 활동을 증거하며 더 넓게, 더 높이 자라고 있다. 국사 공부를 한 학생들이 자원하여 올해 5월 26일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종로구협의회 주관인 "골든 벨" 퀴즈대회라는 또 다른 도전을 해 보면서 그들의 삶의 지평을 넓혀 볼 것이다.

매년 고1 학급 전체는 탐구학습의 일환으로 연극 공연을 한다. 2017년에는 불문학 교사가 '온달 바보와 평강 공주' 설화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한국어와 불어로 공연한 바 있다. 온달과 공주의 역할을 맡았던 학생들의 소회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공부만을 중요시하는 현 한국 사회의 잣대로 볼 때, 온달이 설 자리는 없어요. 그러나 많은 사람의 통념과는 달리, 온달은 자신의 어머니에 대해서는 지극정성입니다. 사람을 외적인 요소만 가지고 판단해선 안 되고 그가 지닌 내면에 중요성을 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항상 웃는 온달하고는 달리, 공주는 사려가 깊은 사람입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자주 눈물을 흘리지요. 그녀는 온달이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이렇게 서로의 약점을 고려하면서 서로 보완하는 부부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의미 있게 다가왔어요. "인간 누구나 내면에 담지하고 있는 인간을 이롭게 하는 정신, '홍익인간'의 모습을 재발견하면서 비교와 외적인 평가에 단련되어 다른 이들 안에 내재해 있는 숨은 가치를 찬탄할 마음을 잃어버린 우리 모두에게 훈훈한 기운을 불어넣어 준 연극이었다.

우리가 외국인들 사이에 있을 때 한국인답게 사는 자신을 자주 발견한다. 이 정신을 일상의 환경으로 만들어 줌으로써 문화 차이의 갈등을 건전하게 극복하고 자신의 문화적인 정체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문화는 집단적인 표현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인 '인(仁)'과 '의(義)'의 표현인 '예(禮)'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하비에르 국제학교의 일상에서부터 다른 이와 그의 문화를 존중하고 세계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실천하도록 돕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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