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S Home | CEFIA Home |  영문홈페이지

에세이 당선작

에세이 공모 안내 이미지

브라질 역사 교과서에서 한국 이미지 개선하기

서론

누군가가 쓰는 역사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역사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브라질 역사 교과서에서 한국이 얼마나 소외되어 있는가를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실은 브라질 학생이 배우는 역사와 실제 살고 있는 역사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안드레 군더 프랑크(Andre Gunder Frank)에 따르면 아시아 역사(특히 한국)를 외면해 온 브라질 교과서는 지난 세기에 유럽을 대신해 주도권을 잡아가고 있는 아시아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브라질 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의 개요를 보면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공립과 사립을 포함해 1997~2013년 작성되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사용되는 11개 교과서를 분석했다. 한국은 1910년 일본 침략, 한국 전쟁, 아시아 호랑이들의 위기 뒤에 이어진 경제 발전을 비롯한 세 개 역사에만 등장했다.

게다가 브라질 교과서는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언급한 동양에 대한 동양학적 관점을 재생산하려는 경향이 있다.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은 서양이 동양보다 우월하다고 인식하는 생각과 말을 묶어놓은 사상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대한 제국주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문화적, 이념적 틀을 제공한다. 브라질 교과서에서 한국을 다룰 때, 중요한 세 가지 오리엔탈리즘 요소를 확인할 수 있다. 즉 한국인을 '야만인', '침묵하는 타인', '이국인'으로 여기는 사상이 발견된다. 이제는 이렇게 잘못된 인식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역사의 주체로서 한국인

비판적인 시각에서 보면 한국인은 브라질 역사 교과서에서 일반적으로 '주체자'가 아니라 강대국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로 묘사된다. 1910년 일제 침략도 중요한 사실이지만 1919년 독립을 외친 민족주의 운동을 언급하면 보다 정확한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제 지배하에서도 한국인들이 자신의 언어를 공부하고 음악, 연극을 되살리며 한국을 열등하게 묘사하는 일본인의 주장을 반박하는 한국인의 역사를 썼던 노력도 마찬가지로 부각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 점령군에 대한 한국인의 강력한 저항도 언급할 부분이 많다. 브라질 교과서에서 이렇게 다양한 한국 역사의 단면을 다루어서 한국인이 일본 지배하에서도 결코 소극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줘야 한다.

1945년 이후 미국과 소련의 개입 및 한반도 분단에 대해서도 교과서에서는 대체로 한국인들이 냉전의 양대 질서를 묵묵히 받아들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다. 11개 교과서 중 하나만이 한반도 통일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언급했다. 1949년 제주도에서 분단에 반대하며 봉기를 일으킨 한국인에 대한 언급은 11개 중 한 곳도 없었다. 이들 교과서는 지방 정부와 강대국 사이의 끊임없는 충돌은 간과한 채 한국을 단순한 냉전의 노리개로 묘사했다. 하지만 남부를 차지하려는 김일성의 야망이 한반도 전쟁에 미국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스탈린의 우려와 남부 민주화에 대한 케네디의 압박은 당시 한국, 러시아, 미국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

브라질 교과서에서 가장 주목하는 한국 역사는 한국 전쟁이다. 하지만 전쟁만 강조하고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은 외면하면서 교과서에는 그저 전쟁의 폭력으로 수백만 명이 목숨을 잃고 황폐해진 장소로 한국을 설명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은 이런 방식으로 동양을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며 문명이 결여된 모습으로 표현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 전쟁은 우리 뇌리에 너무 깊이 뿌리 박혀 있어서 때로는 베트남이 전쟁이 아니라 국가라는 점을 상기 시켜 주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도 전쟁이 아니라 국가로서의 모습을 교과서에서 보여주어야 한다.

브라질 교과서는 역사 전반에서 한국인을 초강대국의 지배를 받으며 수동적으로 구경만 했던 민족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인은 1945년 이전에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잘못된 인식을 준다. 안타깝게도 일본 점령 이전에는 어떠한 문명도 갖지 못했다는 일본 제국주의 개념이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독립국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가정하에 한국을 지배했던 미국과 소련의 무지가 반영되어 있다. 실제로 이것이 오리엔탈리즘의 핵심이다. 동양인은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침묵하는 타인"이라서 자신들의 역사를 쓰기 위해서는 서양의 도움에 의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미국, 소련의 통치 외에도 교과서에서는 한국이 독립국으로 오랜 기간(1388~1897) 지속되었던 조선 왕조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15세기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1592년 왜구를 토벌한 임진왜란 등 조선 왕조의 중요한 업적을 통해 야만인, 복종 민족 같은 이미지를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번영을 다룰 때도 대부분 교과서가 일본 경제 성장의 부산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중공업화는 실제로 역사적 적국인 일본을 극복하려는 노력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경제 발전 이면의 내부 사정은 거의 분석되어 있지 않다. 1970년대 이후 한국 경제 도약에서 박정희 시대의 중요성을 언급한 책은 단 2권에 불과하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기적'에서 근면과 규율 같은 유교 윤리의 역할을 언급한 책은 한 권뿐이다. 심지어 두 권 모두 20년 전에 작성되었다.

브라질의 연장선에 있는 한국

알렉산더 웬트(Alexander Wendt, 1994:386)는 "인지란 부정에서 긍정으로 이어지는 연속체이다. 즉 타인을 혐오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것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브라질의 학교에서 활용되는 역사 교과서는 브라질과 한국이 갖는 많은 공통점과 서로가 배울 방법에 대해 표현하지 못했다.

한국과 브라질은 문화적, 지리적으로는 다르지만 두 국가 모두 주변국으로서 유사한 역사 궤적을 가진다. 역사에 대한 비교 접근법을 통해 브라질 학생들은 한국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 농민 운동인 카누도스 전쟁(War of Canudos)은 동학 혁명과 같은 시대에 발생했으며 동학처럼 신비주의적 뿌리를 가지고 평등을 외치며 억압적인 근대화에 저항했다. 1945년 이후 성공적인 토지 개혁을 달성한 한국은 높은 토지 집중률을 보이는 브라질에 영감을 줄 수도 있다.

산업화를 촉진한 권위주의 군사정권의 존재도 양국 모두 경험했다. 상대방에 대해 더 많이 배울수록 우리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된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정권 같은 한국의 권위주의 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브라질 국민이 자신들의 독재 체제 경험을 더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두 국가에서 행해진 검열, 권위주의 민주화 과정 같은 주제는 이러한 비교 접근법에 자극을 줄 수 있다.

한국은 민주주의에서도 브라질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유교에서 강조하는 위계질서와 권위에 대한 존중은 민주주의가 한국의 가치와 양립할 수 없다는 근거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며 권위주의적 과거를 정당화했다. 게다가 유교는 한때 아시아에서 자본주의의 장애물로도 간주되었다. 하지만 한국은 '유교 윤리'가 '자본주의 정신'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유교가 민주주의와 상극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가고 있다. 브라질 교과서에서 한국의 성공적인 민주주의 경험을 다루어 준다면 민주주의는 유럽과 미국에만 적합하다는 만연한 믿음을 일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브라질과 한국의 역사가 갖는 여러 유사점을 언급하지 않는 이들 교과서는 아시아를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곳으로만 취급하는 오리엔탈리즘의 의견에 일조하는 셈이다. 즉 한국을 브라질의 연장선이 아니라 상극으로 보고 있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교과서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그래서 교과서가 놓친 부분을 채워주는 책을 출판해 브라질 학교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한국과 브라질의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평이하게 한국의 역사를 요약해 짧은 책(약 40쪽)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인들은 한국 역사에 대한 지식으로 공헌할 수 있고 브라질 사람들은 이 책이 포르투갈어로 쓰이도록 노력할 것이다. 역사 교과서에서 놓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다음 세 가지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1) 교과서에서 다루지 않았던 한국사의 핵심 부분에 접근하기, 2) 위에서 언급한 오리엔탈리즘의 잘못된 개념 바로잡기, 3) 한국과 브라질 역사의 비교 접근법 개발

각 장이 끝나는 부분에서는 한국 역사를 재연한 연극, 학급 토론, 유엔 모델 같은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한국사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책자는 인쇄본과 전자본으로 출판하고 초중고 학생뿐 아니라 역사를 공부하는 대학생에게도 배포해 학교에서 한국사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브라질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이들이 교실에서 얻지 못하는 정보를 찾아 자발적으로 한국을 알아가고 있다. 역사 수업에서 한국을 알리려는 계획도 분명히 열정적으로 배우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한국도 해외에서 알려지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브라질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즉 여기서 필요한 것은 좋은 책같이 교실에서 선생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매개물이다. 잘못된 정보가 난립하는 시대에 학교가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식 제공에 더 많이 노력할수록 가짜 뉴스에 속는 학생은 적어질 것이다.

브라질의 교과서가 한국 역사에 관심이 부족했다는 것은 브라질 교육이 아시아 재발견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심지어 브라질 학생들도 아시아의 음악, 영화, TV 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교과서는 여전히 시대에 뒤처져 있다. 여기서는 주도적인 계획의 중요성을 제안하였다. 브라질의 역사 교과서는 세계가 20세기 초처럼 작동하는 척해서는 안 된다. 아시아 역사는 고작 몇 단락으로 처리하고 유럽에만 모든 페이지를 할애해서는 안 된다.

[장려상]
Marcelo Alves de Paula Lima

(활동국가: 브라질)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