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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현되지 않은 한국 미술사의 발전 가능성

서론

다른 여러 분야와 마찬가지로 미술사도 점차 세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서구 미술이 최고라는 인식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으며 학계도 비서구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런 추세에도 한국 미술사는 서구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으며 저 평가되고 있다. 일본 미술과 중국 미술에 대한 영어 자료는 차고 넘치지만, 한국 미술, 특히 입문 교과서에 실리는 자료의 경우 영어로 된 자료가 턱없이 부족하다. 가용한 영어 자료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미국 학생에게 한국 시각 문화의 풍부함과 다양성을 노출하기는 어렵다. 한반도는 동아시아 전역에 미술 트렌드를 전파하는 요지였으며 한국 미술은 주변국 미술과 차별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미국 미술사 교과서에 있는 한국 미술 학습의 문제

보통의 미국 학생이라면 AP 미술사(AP Art History) 혹은 미술사 101(Art History 101)을 통해 한국 미술사를 처음으로 접하게 된다. AP 미술사는 고등학교에서 제공되는 과정이고 미술사 101은 미국 여러 대학에서 채택하는 미술사 연구 과정의 총칭이다. 두 과정 모두 세계 미술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종종 같은 교과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교재는 마릴린 스토크스타드(Marilyn Stokstad)의 아트 히스토리(Art History)와 헬렌 가드너(Helen Gardener)의 아트 스루 디 에이지(Art Through the Ages)이다. 가드너의 저서가 비서구 미술과 관련된 내용을 더 많이 다루고 있어서 본 글에서는 가드너의 책에만 존재하는 문제에 중점을 두었다.

1926년에 처음 출간된 가드너의 저서는 한 세기에 걸쳐 꾸준히 개정을 거치며 비서구 미술 관련 내용을 크게 확장해 왔다. 그래서 최신판이 아직까지 가장 포괄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미술사 부분은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남아 있다.
시대를 통한 Gardener의 미술사 : 세계사 (16권)
국가 제목 페이지 이미지 페이지
중국 16장: 1279년까지 중국과 한국 p.470-496 38
34장 : 1279-1980년 중국과 한국 p.1058-1071 28
대한민국 16장 : 1279년까지 중국과 한국< p.496-498 4
34장 : 1279-1980년 중국과 한국/td> p.1071-1072 2
일본 17장 : 1333년 이전의 일본 p.500-516 27
35장 : 1333-1980년 일본 p.1074-1090 26
가드너의 저서가 갖는 가장 명백한 문제는 일단 한국 미술에 관한 내용이 적다는 것이다.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국 미술에 할애한 페이지 수가 매우 적다. (표 1) 분량을 극단적으로 압축하면서 연대기와 내용에 이상한 격차가 생겼다. 예를 들어 일본과 중국 미술은 선사시대부터 출발하지만, 한국 미술 부분은 삼국시대(그림 1)부터 시작되어 미술 분야에서 동아시아의 다른 국가보다 한국이 늦게 발전했음을 은연중에 시사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한국에서 출판된 한국 미술사 교과서는 빗살무늬토기(그림 2)와 청동 유물(그림 3)의 탄생과 확산에 상당 부분을 할애하며 선사시대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가드너의 저서가 갖는 또 다른 문제는 삼국시대 부분에서 고구려 미술을 누락한 점이다. 고구려의 화려한 무덤 벽화는 한반도 회화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해서 한국의 가장 기초적인 미술사 교재에도 포함되어 있다. (그림 4)
가드너의 미술사
빗살무늬토기, 농경문 청동기, 고구려 고분 벽화
게다가 가드너의 저서는 한국 미술이 중국 또는 일본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도 이를 설명하는 그림 예시를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가드너의 교재에는 수백 개의 이미지가 있지만, 한국 미술과 관련된 그림은 6개에 불과하다. 선택된 일부 그림도 의문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삼국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유물로 신라 금관과 청동 미륵불을 선택했다. (그림 1) 두 작품도 명작이지만 백제금동대향로(그림 5)와 서산마애삼존불(그림 6)이 빠져있다. 이 두 유물은 삼국시대를 상징하는 국보이지만 교재에서 누락되어 미국의 미술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거의 모르고 있다.

한국의 탑이 빠진 부분도 상당히 눈에 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벽돌탑과 목탑이 유행한 반면 한국에서는 주로 무거운 화강암 조각으로 탑을 지어서 건축과 디자인이 상당히 독특하다. (그림 7) 한반도 곳곳에 한국 석탑의 다양한 사례가 남아 있으며 석탑은 초기 사찰 배치에서도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드너의 저서에 중국, 한국, 일본 탑을 비교하는 내용이 있으면 동아시아 전역의 불교 건축 전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제금동대향로, 서산마애삼존불, 다보탑
마지막으로 가드너의 교재가 갖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국 미술과 중국 미술을 하나로 묶는 편성이다. 중국 미술이 한국 미술에 많은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중국 미술의 영향을 받은 일본 미술에는 한 챕터를 할애했으면서 한국 미술은 전반적으로 중국 미술을 다룬 챕터의 끝에 몇 가지 빈약한 예시를 첨부한 것이 전부다. 이로 인해 불행하게도 한국 미술은 중국 미술의 파생물이고 독립적인 장점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세계적인 시각을 더욱 많이 담으려는 가드너의 시도는 박수 받을 만 하지만 교재에서 한국 미술을 다루고 있는 현재 상태는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세하고 꼼꼼하게 다룬 중국과 일본의 미술과 비교하면 정보도 부족하지만, 누군가는 한국 미술이 심사 가치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영어로 된 한국 미술사 관련 자료 개선 방안

서구에서 한국 문화에 대해 더욱 심도 있고 자세하게 이해할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렇다고 앞서 언급한 교재들을 개선하기보다는 한국 미술을 다루는 디지털 콘텐츠를 수정하고 보급하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비용적인 면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다. 미술사를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도 비싸고 무거운 미술사 책보다는 디지털 콘텐츠를 더욱 선호한다. 한국의 문화, 교육 기관은 이런 시류를 활용해 한국 미술에 대해 더 정확하고 완벽한 이야기를 제공할 수 있다.
칸 아카데미 한국 미술, 헤일브룬 미술사 연대표
미술사를 공부하는 미국 학생에게 가장 유명한 온라인 자료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이다. 이 사이트에서 전문가가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미술사 입문 강좌를 수강하는 미국 학생에게 이곳의 미술사 강의와 논문은 미술 유물 이해에 필요한 귀중한 자료이다. 현재 칸 아카데미의 한국 미술 부문은 내용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림 8) 하지만 한국문화재청(CHA)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미술 부문을 획기적으로 확장하고 개선할 수 있다. 한국문화재청은 자신들이 보유한 방대한 이미지 라이브러리의 사용을 허가해 줄 수 있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연구자 네트워크의 조언을 받아 한국 미술에 관한 내용을 개선할 수도 있다. 이러한 협업의 또 다른 장점은 한국 미술에 대한 인식을 높인다는 것이다. 일반인도 칸 아카데미를 이용할 수 있어서 미술사 과정에 등록하지 않은 사람도 한국 미술의 기본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상호작용하는 한국 미술 연대표(Timeline)를 만드는 것도 가치 있는 노력이 될 수 있다. 현재 가장 잘 알려진 디지털 미술사 연대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헤일브룬(Heilbrunn) 미술사 연대표이다. (그림 9) 이 연대표는 시각적으로 세계 미술의 연대기를 보여주는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과 통합해서 이와 유사한 온라인 연대표를 제작하면 연구자의 연구 자산일 뿐만 아니라 박물관이 위대한 보물을 정리하고 전시하는 방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BS 한국 미술사
마지막으로 EBS의 한국 미술사 시리즈인 "The Story of Korean Art" (그림 10)에 영어 자막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현재 유튜브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유명한 한국 미술사학자 이태호 교수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미술사를 설명해 준다. 영어 자막은 서구 학생이 한국 미술을 더 넓은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줄 뿐만 아니라 습득한 지식이 학문적 권위를 가질 수 있게 뒷받침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한국 미술이 서양의 교육에서 상대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관심 부족이 아니라 포괄적이고 정확한 자료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어로 된 한국 미술 자료를 개선해서 서양에서 한국 미술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그 자체의 개성을 폭넓고 정확하게 인정받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우수상]
Ireane Cao

(활동국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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