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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포커스

한국의 궁궐 - 1

2천 년간 지속된 궁궐의 역사

한반도 궁궐의 시작

한반도에 본격적인 궁궐이 지어지기 시작한 것은 고대 왕국이 형성되는 기원전 1세기경으로 볼 수 있다. 반도 북부와 중국 동북지방 일대에 고대 왕국 고구려가 자리 잡았고 이후에 남쪽에 백제, 신라가 일어나 3국이 정립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세 나라는 토착적인 기술을 바탕에 두고 선진적인 중국의 건축 형태를 도입하여 궁궐을 축조했다고 추측된다.

676년에 세 나라는 가장 늦게 나타난 왕국이었던 신라에 의해 통합되었다. 통일 후 신라의 정치 권력은 국왕에 집중되었다. 국왕은 수도 경주의 범위를 확장하고 궁궐을 크게 고치고 궁궐 주변에는 장대한 연못을 꾸며 도성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그러나 통일되고 약 1세기가 지나자 지방 각지에 호족들이 대두하면서 왕권이 약화되고 도성의 번듯한 모습도 차츰 사라져 갔다.

10세기에 들어서자 신라의 지배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반도는 다시 신라, 고구려, 백제 세 개의 세력으로 나뉘었다. 분열되었던 한반도는 중부 지역에서 일어난 신흥 왕조 고려에 의해 936년에 통일되었다.

한국의 분열과 통일은 이웃한 중국과 시기적으로 비슷하다. 즉, 중국이 당(618-907)이 멸망하고 5대 10국으로 분열되었을 때 한국 역시 세 나라로 분열되었으며, 송(960-1279)에 의해 통일 왕조를 이룬 것과 비슷할 때에 한반도에도 고려(918-1392)가 나타났다. 한국과 중국은 고려의 통일까지는 거의 동일한 시기에 왕조 교체를 거쳤지만, 이후로는 서로 다른 역사적 전개를 보였다. 중국이 송 왕조 이후 3백 년을 넘기지 못하고 새로운 왕조로 교체되는 과정을 반복한 데 비하여 한국에서는 약 5백 년을 지속하는 왕조들이 이어졌다. 고려는 470년을, 뒤를 이은 조선(1392-1910)은 5백 년을 넘긴 세계 역사상 유례를 보기 어려운 장기 왕조들이었다.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고려 궁궐의 터

고려는 긴 통치 기간 대부분 개경을 수도로 삼았다. 개경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으며 분지 안도 경사지가 많고 평탄한 곳이 적었다. 이런 지리 조건을 가진 곳을 수도로 삼은 데에는 풍수지리 사상의 영향이 컸다고 알려져 있다. 풍수지리는 산의 형세와 물의 흐름을 살펴 산이 둘러싸고 물이 잘 흘러나가는 곳을 이상적인 곳으로 삼는 사상이었는데, 고려의 왕실은 이런 사상에 심취했었다. 개경 주변을 둘러싼 산 가운데 으뜸 되는 산, 즉 주산(主山)은 서북쪽에 있는 송악산이었다.

개경의 궁궐은 송악산 아래 남향한 경사지에 자리 잡았다. 송악산에서 물길이 동남쪽으로 난 굴곡이 있는 땅이었다. 궁궐 건물들은 이런 물길을 고려하여 지형에 맞추어 몇 개의 축을 이루며 배열되었다. 이런 방식은 중심을 강조하고 좌우대칭을 중요하게 여긴 중국의 궁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고려는 북쪽의 유목민 왕조의 잦은 침략을 받았으며 12세기에는 무신들이 권력을 장악하는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이런 정치적 변화는 궁궐에도 영향을 끼쳤다. 정치적 변동이 거듭되면서 송악산 아래 자리 잡은 궁궐 대신에 도성 내 여러 곳에 별궁들이 지어졌다. 13세기 이후에 실제로 왕들이 머문 곳은 이런 별궁들이었다.

조선의 궁궐

조선왕조가 건국된 것은 중원에서 명 제국이 출현하고 24년이 지난 1392년이었다. 조선은 518년간 지속한 보기 드문 장수 왕조였다. 이 기간에 수도는 아주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줄곧 한반도 중앙에 위치한 한양(현재의 서울)이었다. 한양 역시 개경과 마찬가지로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였다. 한양의 주산은 서북쪽의 북악산이었다. 조선 역시 주산인 북악산 아래 궁궐을 지어 이를 정궁으로 삼았다. 그러나 건국 이후 정치적 변란이 거듭되는 과정에서 도성 안 여러 곳에 별궁들이 지어졌다. 5백 년이 넘는 긴 기간에 도성 안에는 정궁 경복궁을 비롯하여 총 일곱 궁궐이 존재했고 그중에 조선 말까지 궁궐의 모습을 유지한 곳만 다섯 곳이었다.

고려를 포함한 이전 시대의 궁궐은 남아 있지 않다. 고려의 경우 송악산 아래 정궁이 있던 터만 일부 보존되어 있으며 지상에 어떤 모습의 궁궐이 있었는지는 아직 충분히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 최후의 왕조인 조선의 궁궐은 비교적 본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조선 궁궐은 2천 년 넘는 한반도의 오랜 궁궐 역사의 마지막을 장식할 뿐 아니라 한국 궁궐의 제반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Infokore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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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 |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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