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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미 중서부 인디애나 대학 내에 “한국의 방”이 있다면?

강혜승 사진
강혜승
인디애나 대학 동아시아연구센터, 부소장
미 중서부에 위치한 인디애나주에 있는 작은 캠퍼스 도시 블루밍턴, 백인이 83% 차지하는 이 도시에 “한국의 방”이 있다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진에 보이는 방은 블루밍턴에 있는 인디애나 대학교 글로벌 국제대학에 위치한 “한국의 방”이다. 손으로 수를 놓은 꽃과 새가 나는 병풍과 호랑이와 까치가 그려진 희화적인 민화 그림, 전통가구들, 장구와 북 등, 이 방은 이 대학 내에서 유일하게 나라 이름이 부여된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방이다. 또한, 캠퍼스 내에서 아름다운 방으로 알려져서, 국제학 대학에서 중요한 소규모 회의가 있을 때뿐만 아니라, 각종 행사 때에도 많은 사람이 예약하는 방으로 유명하다.

인디애나 대학 내 한국의 방

"한국의 방"은 2016년에 미국 대학에서는 최초로 한국 외교부의 코리아 코너 프로젝트를 따서 기획한 방이다. 인디애나 대학 총장의 승인을 받아서 “Korean Conference Room”, 한국어로는 “한국의 방”으로 이름을 정했다. 이 방을 꾸미기 위해 한국에 가서 공방 및 옛 가구를 직접 공수해오고 민화 화가를 직접 만나서 그림을 구매하였다. 또한, 아는 기자분을 통해서 받은 햇볕정책 사진 및 월드컵 사진 등 이미 오랜 시간이 흐른 기억 속의 일들이지만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담겨있는 것들을 전시해 놓았다. 공간은 작지만, 이곳은 캠퍼스 내에서 한국을 알리는 상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캠퍼스 내 모든 미팅이나 모임에 개방되는 이 방은 한국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전시해 놓은 물품과 사진을 보고 한국에 관한 관심을 표시하곤 한다. 더불어 학장실에서도 중요 외부손님이 오시면 한국의 방을 소개하곤 한다. 이 방을 중심으로 동아시아 영화 모임, 가야금 워크숍, 동아시아 책 저자와의 인터뷰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한국뿐만 아니라 캠퍼스의 각 단체에서 주최하는 각종 회의가 이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곳 교정과 지역사회에 한국이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한국의 밤" 축제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밤" 축제에 천명이 왔다면
전통과 현대를 고루 갖춘 한국예술과 음악, 문화를 이곳 지역사회와 함께 즐기는 “한국의 밤” 행사를 처음 기획한 것은 2013년이다. 내가 2012년에 인디애나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센터에 근무하기 시작했을 때 한국의 존재는 블루밍턴에서 너무도 미미했었다. 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학술 강연도 1년에 중국 내용이 55%, 일본이 35%, 한국은 10%로도 채 안 될 때가 파다하고 아예 없는 경우도 있었다. 문화행사도 그 경향은 마찬가지였다. 2013년에 최초로 개최한 "한국의 밤" 행사는 조촐하게 시작했으나, 학생단체와 지역사회 그룹과 함께 힘 합쳐서 진행하여 더욱더 보람 있는 행사였고 그 반응도 아주 긍정적이었다. 그 이후, “한국의 밤”은 동아시아 연구센터의 연례행사로 기획되어서, 올해 2019년까지 총 6회 행사를 치렀다. 2013년엔 200여 명이 참석했었는데 올해 행사에는 약 1,000여 명이 참석하게 되어 한 나라에 관한 축제 행사로는 블루밍턴에서 그리고, 인디애나주에서 가장 큰 행사로 자리매김하였다. 심지어 시카고, 켄터키, 오하이오 등 다른 주에서도 이 행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고, 인디애나주에서는 가장 성대한 한국문화 행사라고 관객들은 평을 해 주었다.

그럼 어떻게 이 행사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밤” 행사 내용은 오후 내내, 탈 만들기, 제기차기, 종이접기, 얼굴 페이트 등 각종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 테이블 시간과 시카고 총영사 및 영사, 그리고 교내인사의 따뜻한 격려 인사, 그리고 전통음악 연주, 댄스그룹, 태권도/합기도 시범, 전문예술단의 공연, 마지막으로 한국의 음식을 맛보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오전에는 미국 교사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열어, 한국 관련 학습지도안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행사를 하고 오후의 문화 활동 테이블을 각각 진행하도록 하게 한다.

행사가 매년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엄청남 팀워크가 필요했다. 센터의 몇 안 되는 스태프들의 열정 어린 한국의 사랑과 한국 학생 그룹 및 한국의 정치와 음악에 관심이 많은 학생과 미국 학생 그룹, 지역 한인의 정성 어린 관심 등 무엇보다도 조직적으로 움직인 자원봉사 학생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은 인상적이었다. 이 모든 그룹과 개인들이 한마음으로 움직일 때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더불어, “한국의 밤” 행사로 인해 봉사하는 학생 그룹과 지역사회가 더욱 단결하는 기폭제가 되고, 한국인으로서, 그리고 한국을 지원하는 미국인 혹은 외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계기도 되지 않았나 싶다. 한편, 제7회 “한국의 밤”이 내년 2020년 4월 11일로 확정되어서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도 더욱더 성장하는 “한국의 밤” 행사를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한국의 밤 행사

미국 교사들을 “코리아니스트”로 만들기 (한국 견학프로그램)
현재 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인디애나 대학교 NCTA (National Consortium for Teaching about Asia)는 미국 교사들에게 동아시아에 관한 교육을 제공하여 학교의 학습안에 적합하게 가르치게끔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미 전국에 모두 7개의 NCTA가 있고, 인디애나 대학교 NCTA는 그중 하나이다. 프로그램 중 하나인 교사를 위한 해외 견학 프로그램은 NCTA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동아시아를 방문하여 교사들에게 직접적인 문화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7개의 NCTA 본거지의 원장들은 모두 미국 사람이다. 동아시아 해외 견학 프로그램에는 중국이나 일본을 주로 가고 한국 견학 프로그램은 기획하지 않거나, 일본에서 중국을 갈 때 하루 이틀 머무르는 ‘징검다리’ 같이 갔다 오곤 한다. 우리는 한국이 그동안 너무도 많은 발전을 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일본의 그림자에 가려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2017년 미국 교사들을 위한 한국 견학을 처음 기획해서 16명의 교사와 함께 15일간의 한국 견학을 시도해 보았다. 이 경험은 나에겐 처음으로 한국으로의 견학을 선도하는 것이었는데, 방문할 도시와 학교, 문화 프로그램을 여행사에 맡기지 않고 본인이 모두 스스로 조사해보거나 한국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기획했다. 이게 얼마나 미국 교사들이나 한국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견학인데 여행사에 맡길 수 있을까! 일반 여행하고는 차별을 두어 한국 사회를 깊이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자금은 미국의 프리만 파운데이션을 통해서 확보했다. 준비 기간은 거의 1년 가까이 되었다. 이 견학 프로그램은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의 문화, 예술, 교육,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고, 한국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내용을 학교 교과목에 포함하여, 미국 학생들이 한국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견학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고, 열정적인 16명의 교사는 견학 후, 한국의 역사, 문화, 예술, 정치, 남북관계 등에 관한 주제의 강의계획서를 만들어서 미국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강의하고 있다.

이에 힘을 받아서, 두 번째로 지난 2019년 6월 13일에서 6월 29일까지 미국 교사들을 위한 한국 견학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이를 위해서 미국 9개 주에서 NCTA 프로그램을 30시간 이상 이수한 교사 중 선발된 10명의 교사를 인솔하여 한국의 주요 도시와 기관을 방문하였다. 17일간의 한국 견학 프로그램의 내용은 학교 방문 (성균관대학교, 둔대초등학교, 삼성생활예술고등학교, 여명학교, 전주 한국전통문화 고등학교) 을 통해 미국 교사와 한국 교사는 물론 학생들 간의 긴밀한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한국교육에 관한 강연을 통해 한국의 대안초등학교, 탈북민 학교, 특성화 고등학교, 전통문화학교 등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더불어, 한국의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지(경주의 석굴암, 첨성대, 불국사, 안압지, 창경궁의 비원 등)을 방문하여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이해를 도모하고, 제3 땅굴, 도라산역 및 DMZ 투어 및 북한 사회 관련 강의를 통해서 남북한 관계에 관한 이해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을 방문하여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에 관한 개요를 듣고 한국관광공사 서울센터에서 한복과 보자기 체험, 한국 다도 익히기 체험하고, 보성 다도원 등을 방문하여 녹차 만들기 체험을 하는 등 실질적인 문화체험도 포함되었다.

2019년 한국 견학 프로그램

올해 견학 프로그램에 참여한 테네시 지역 영재고등학교 교사인 레베카 해슬러(Rebecca Hasselle)는 다음과 같은 소감을 밝혔다.

“한국견학을 통해서 개인적으로나 경력적인 면에서도 내 자신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다고 느낍니다. 나를 포함해서 견학에 참여한 미국 교사들을 이를 통해서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었고, 앞으로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공유 할 수 있는 내용이 너무도 많아서 기쁩니다. 한국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미국에 돌아가 사용할 수 있는 학습 지도안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 한국 학교들과 교류를 맺었고, 새로운 한국 친구도 사귀었으며, 훌륭한 역사적인 장소를 방문하고, 공예품들, 그리고 시골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체험도 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한국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너무도 친절하고 예의 바른 한국 사람들입니다. 학교들을 방문할 때 만난 교사들과 학생들의 친절함으로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경쾌한 새소리와 같은 레베카의 소감은 그동안 힘들었던 나의 노고를 한순간에 풀리게 해준다. 또한, 루이지애나 지역 고등학교 교사인 크리스티나 할기스(Christina Hargis)는 다음과 같이 견학 후기를 얘기했다.

“북미와 유럽 외에는 해외 경험이 없는 나는 한국에 발을 딛는 순간 한국의 모든 것에 매료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치와 소리, 사람들은 이전에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지리 과목 교사인 나로선, 역사적인 유적지 방문과 초중고, 대학교 방문, 한국 문화의 직접적인 체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 있는 학습 경험이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구매한 그림과 공예품들 그리고 한국에서 체험한 경이로운 모험을 학생들에게 알려줄 것입니다. 언젠가 남편과 딸과 함께 한국을 다시 방문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여행도 이번과 같은 훌륭한 교육적인 여행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미국 교사들에게 한국에 대해 가르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럼, 왜 미국 교사들을 교육해야 할까? 그것도 일반 교사들을 말이다. 미국의 교사들은 박봉에 산더미 같은 일에 웬만한 사명감이 없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라고들 한다. 미국 초, 중, 고등학교는 한국 학교와 달리 교과서를 사용하지 않는 학교가 대부분이고, 교사들이 직접 개발한 학습 지도안이 곧 교과서의 역할을 한다. 한국 견학프로그램은 각 교사의 한국에 대한 지식을 넓힘으로써 풍부한 학습 지도안을 수업에 반영하는 데 목적이 있다. 많은 참여 교사는 “인생을 바꾸는 경험(Life exchanging experience)”이라고 코멘트를 하였다. 2019년 견학 프로그램은 인디애나 대학 동아시아 연구센터 및 일부 시카고 총영사관의 자금 지원을 받아 진행되었으며, 견학을 마치고 돌아간 미국 교사들은 현재까지도 수업 및 지역 사회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소개하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들이 바로 우리 문화와 역사, 사회를 미국의 많은 학생과 지역사회에 알려주는 게이트웨이(gateway)이다.

이문화(Cross-Cultural Issues)가 뭐길래.
소위 고국을 떠나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아마도 이 말의 공감을 해본 사람들이 다수 있을 것이다. 나는 번번이 한국에 있는 나와 미국에 있는 나를 상상한다. 내가 다시 한국에서 산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을 계속할 것인가, 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종종 가름해본다. 젊었을 때 미국에서 느낀 문화갈등은 아직도 생생하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이해의 폭이다. 젊었을 땐 “왜 그런지 몰랐는데” 지금은 “그래서 그렇지”라고 절실히 느낄 수 있다는 차이점이지 갈등은 항상 존재한다. 갈등은 언제나 있지만, 그것을 이해하고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마음이 중요할 것이다. 아마도 지금 하는 일이 즐거운 것은 두 나라 사이, 다른 두 문화 사이의 경계점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국을 미국 사람들에게 알려줄 기회가 많으면, 그리고 서로가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이문화의 갈등은 조금은 완화되지 않을까. 그 둘의 경계선에서 난 새로운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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