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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2019년 미국 교과서 전문가 초청 한국문화연수

미국 교과서에서 다루는 한국 역사 비교 연구

Roger 사진
Roger Beck (로저 벡)
Eastern Illinois University, 명예교수, 세계사 교과서 저자
2019년 4월, 미국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 실린 한국 역사를 논의하는 '미국 교과서 전문가 초청 한국문화연수'에 미국 교육자로 참석할 수 있어서 기쁘고 영광스러웠습니다. 저를 포함해 Ross Dunn (San Diego State University, 명예교수, 세계사 교과서 저자), Laura Mitchell (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교수, 세계사 교과서 저자), Bram Hubbell (Friends Seminary, 교육과정 개발, 교사)이 미국 교육자로 함께 했습니다. Ross 교수, Laura 교수와는 세계역사협회(World History Association, WHA) 활동으로 오랫동안 알던 사이였습니다. Ross 교수가 초대 협회장이었고, Laura 교수는 차기 협회장으로 예정된 상황에서 우연히 이번 세미나에서 세 사람이 다시 만났습니다. Bram 교사는 한국에서 처음 뵈었는데 한국 역사, 세계 역사, 교육, 여행 얘기로 몇 주를 함께 하면서 친구가 되었습니다. 이런 멋진 기회를 마련해 준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여러 행사 및 가이드를 맡아준 김다희 연구원과 신도식 수행 가이드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1990년대 중·고등 교과서와 교육 자료를 만드는 대형 미국 출판사 McDougal-Littell에서 새로운 고교 세계사 교과서의 공동 집필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으면서 교과서 출판과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결실로 세계 역사(World History)라는 책이 탄생했습니다. 현재는 3판인 교류의 양상(Patterns of Interaction)이 미국과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되고 있습니다. 대학 세계사 교재로 6판까지 출간된 세계 사회의 역사(A History of World Societies) 저자인 John McKay (존 맥케이)로부터 2004년 교재 마지막 4개 챕터의 집필을 요청받아 집필하였습니다. 현재는 이 교재에서 6개 챕터를 책임지고 있으며, 12판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이번 세미나 발표 시간에 미국 중·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에서 한국이 어떻게 기술되어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요청받았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고민한 후에 로스 교수 주도로 세계 역사 교육과정 연구팀(World History Curriculum Task Force)이 1990년대 UCLA에서 만든 교육 가이드라인인 세계 역사를 위한 국가 표준(National Standards for World History)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를 통해 현재 미국 세계사 교과서에 실린 한국사를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은 세계 역사를 아래와 같이 9개의 시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1) 인류 사회의 시작, 2) BC 4000-1000, 3) BC 1000 – CE 300, 4) CE 300-1000, 5) CE 1000-1500, 6) 1450-1770, 7) 1750-1914, 8) 1900-1945, 9) 1945년 이후 20세기. 시대마다 5개 관점에서 학생들의 역사적 사고능력을 평가하는 일련의 표준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5개 관점에는 1) 연대기적 사고력, 2) 역사 이해력, 3) 역사 분석 및 해석 능력, 4) 역사 연구 능력, 5) 역사 이슈 분석 및 의사 결정 능력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런 기준을 바탕으로 시대마다 2~7개의 1차 표준과 2차 표준이 있습니다. 모든 표준에는 역사적 사건, 발전, 경향, 과정을 다루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학생들이 정보에 따라 적절한 방식으로 이 내용에 대답할 수 있으면 이 표준을 이해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1, 2, 3 또는 8번 시대에서는 한국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습니다. 4번 시대 “교역 및 접촉 지역의 확장(Expanding Zones of Exchange and Encounter), CE 300-1000”에 한국 관련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4번 시대의 표준 3A는 “중국 당대의 지속적인 정치적, 문화적 확장”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도를 평가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당나라, 한국, 일본에서 불교의 전파와 힘에 대한 설명”을 파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학생들은 “인과관계”를 먼저 분석해야 합니다. 4번 시대의 표준 3B에서는 “중국 전성기의 일본, 한국, 동남아시아 발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에서 학생들은 “한국이 정치적 독립을 유지하면서 중국 사상과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양한 사상의 비교와 대조”가 선행되어야 답할 수 있습니다. 6번 시대 “최초의 글로벌 시대 부상(The Emergence of the First Global Age), 1450-1770” 표준 5C에서는 “유교 및 중국 미술, 건축, 문학 스타일의 새로운 경향이 한국, 베트남, 일본 문화에 끼친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데, 16~18세기 아시아 문화 경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은 이 부분에서 “시각 자료와 문학 자료”를 활용해야 합니다.

이 주제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라고 생각해 국가 표준 안에 있는 구체적인 한국 관련 내용을 미국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10개 표준 속의 한국 관련 내용과 비교해 보았습니다. 위쪽 행에는 9개 시대를, 왼쪽 열에는 10개 교과서를 나열한 차트를 만들었습니다. 각 시대 아래에는 해당 시대에 교과서에서 언급한 한국 관련 주제를 적었습니다. 제 책인 “세계 역사, 교류의 양상”의 경우 3번 시대에 한국의 초기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였는데 표준 3번 시대에는 포함되지 않는 내용입니다. 6번 시대인 청나라 영향력 아래의 한국(Korea under Manchu Rule), 9번 시대인 한국 전쟁과 남북 분단(Korean War and the division of North and South Korea)에서 한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10개 교과서는 표준에서 강조하는 동일한 주제를 반드시 다루어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자주 언급하는 내용에는 “한국 전쟁”, “두 개의 한국”, “일본의 한국 식민 지배”, “삼국 시대”, “조선 왕조”, “중국과 한국”, “일본과 한국”, “한국 불교”, “한국 도자기”, “아시아 호랑이”가 포함됩니다.

이렇게 비교 연구로 살펴보면 미국 세계사 교과서에서 다루는 한국은 몇 개의 주제로 제한되며 교과서마다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은 한국 역사를 거의 학습하지 않으며 중국, 일본 또는 세계 역사(한국 전쟁)의 일부로 다뤄지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에만 한정해서 보면 교과서 저자와 출판사(저자의 의견을 뒤집고 최종 편집을 하는)가 기꺼이 포함할 수 있는 다른 주제를 상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농업 사회에서 현대 산업 사회로 급격히 변모한 한국을 사례로 환경, 기후,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Bram 교사가 발표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반적으로 연구하는 일본, 중국의 독립 대신 혹은 거기에 더해서 한국의 3.1 운동(1919년)을 깊이 연구할 수도 있습니다. Henry Em (헨리 엠) 교수가 세미나 강의에서 언급했던 세계 2차 대전 말미에 벌어진 미국의 한국 지배도 흥미로운 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헨리 교수의 발표처럼 일반적인 한국 전쟁(Korean War) 역사에서는 미국이 1950년 이전에는 한반도에 거의 혹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고 나오지만, 실제로는 1945년부터 실질적인 정부로서 권한을 가졌습니다. 미국 학생들은 한국인의 관점에서 이 시기를 공부하고 현재까지 한국과 전 세계에 끼친 단기적, 장기적 결과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대학 교재와 비교하면 내용과 깊이 측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가 의지를 갖고 필요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면 세계 역사에서 한국의 역할은 보다 확장되고 더 많이 연구될 것입니다.
미국 교과서 전문가 초청 한국문화연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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