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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루마니아 내 한국학의 현재와 미래

곽동훈 사진
곽동훈
바베쉬-보여이대학교, 교수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루마니아 내 한국학 교육은 2000년대 초반까지 지극히 초보적이고 피상적인, 즉 단순한 충동적 학구열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한국 드라마나 영화, K-Pop과 같은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영향으로 큰 전환점을 맞게 되었고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흐름은 루마니아 한류 팬들의 수와 활동을 증가하게 하였으며, 이 덕분에 몇몇 대학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한국학 연구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순수 언어학습에만 치중되어온 초기 교육 방향은 현재 역사와 문학, 북한학과 같은 다양한 수준으로까지 확대, 진행되고 있다. 이제 루마니아에서의 한국학은 도약단계를 벗어나 보다 구체적이고 효율적인 교육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발전단계에 있다 하겠다.

루마니아에서 한국어 교육이 태동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라고 할 수 있는데, 초기에는 정식 학과의 개념으로서가 아닌 어문계열 전공 학생 중 한국어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교양과목의 하나로서, 학점이 인정되지 않는 강좌로 운영되었다. 1995년경 ‘크라이오바 대학’에 KOICA의 지원으로 루마니아 내 첫 한국어강좌가 개설된 후, 루마니아 제1의 국립대학인 ‘바베쉬-보여이 대학’에도 역시 KOICA의 지원으로 1997년 10월부터 한국어강좌가 운영되어왔으나 2002년, KOICA의 루마니아 철수로 인하여 두 곳 모두 한국어강좌가 폐강되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루마니아의 수도에 위치한 ‘부쿠레쉬티 대학’에서는 1996년 KF(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통해 외국어 선택과목으로서 한국어 강의가 개설된다. 2005년까지 선택과목, 즉 제3외국어강좌(third language 혹은 language C라고도 불린다)로서 3개의 강좌(기초, 중급, 고급과정)를 운영하다 2005년에 부전공학과 (제2외국어, language B)로 승격된다. 부쿠레쉬티 대학교는 루마니아에 한국어문학을 학부과정(undergraduate program)으로 처음 개설하였으나 아쉽게도 현재까지 부전공학과로 남아있다. 현재 부쿠레쉬티 대학교 외에 학부과정으로 한국어문학을 운영하는 대학 기관은 ‘클루즈-나포카 (Cluj-Napoca)’市에 있는 바베쉬-보여이 대학교가 유일하며, 2005년 KF의 강사파견으로 한국어강좌가 재개설된 후 2008년에 루마니아 교육부의 정식인가를 받고 ‘한국어문학과’가 제1전공학과로 승격된다.

현재, 루마니아 내에서 한국학 관련 교육이 가장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관은 바베쉬-보여이 대학교라고 말할 수 있다. 매년 입학시험에서 증가하고 있는 한국어문학과의 응시생 수와 다양한 강좌 (한자 교육, 북한 사회와 역사에 관한 강좌 등)의 운영, ‘ERASMUS’와 ‘CEEPUS’와 같은 대학 간 교류프로그램의 활발한 진행 등은 다른 대학기관과 차별화된 장점이라 할 수 있겠다. 또한, 매년 개최하고 있는 ‘국제한국어 말하기 대회’와 ‘국제한국학 교육자워크숍’, ‘루마니아진출 한국기업 견학’은 학과의 전공 유지 및 발전에 서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한국어문학과 학생으로서의 자부심 또한 향상해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부쿠레쉬티 대학 내, ‘외국어문학대 (The Faculty of Foreign Languages and Literatures)’에 속해 있는 ‘동양학부(Department of Oriental Studies)에서 2005년 ‘동아시아학(East Asian Studies)’에 관한 석사과정을 개설하였다. 한국학의 독립적 석사과정은 아니지만, 루마니아 내에서 한국학과 관련되어 석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대학기관은 현재 부쿠레쉬티 대학교가 유일하다.

루마니아의 한국학은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좀 더 포괄적인 개념으로서의 한국학연구도 꾸준히 시작할 때라 본다. 다양한 접근방법을 시도하여 한국 자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한국학 관계자들이 앞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일 것이다. 루마니아 내의 한국학 연구는 앞으로 ‘지역학(area studies)’의 방향으로 발전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다양한 분과학문의 학제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소위 융합학문인 지역학 연구의 틀에서 한국학을 기획하고 연구, 교육, 그리고 결과를 창출해야만 한국학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리라 본다.

좀 더 효과적인 한국어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한국어교재의 개발이 시급하다 하겠다. 한국에서 출판된 교재를 사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루마니아 현실에 맞게 그리고, 루마니아에서 강의경력이 있는 교육자가 언어교재를 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라 여겨진다. 한국학의 효과적 발전을 위해서는 루마니아어로 제작되고 루마니아 현실에 맞는 교재가 다양하게 출간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교원 개개인의 연구업적에도 중요하지만, 학과의 대의적 목표로서 간주해야 하겠다.

재학생 대부분이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하여 한국학을 좀 더 깊게 공부하기를 원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르기 위해 바베쉬-보여이대 문학대 내에 한국학과 관련된 석사과정 개설이 요구된다. 현재 대학원과정을 운영하는 부쿠레쉬티 대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당장에 한국어문학과의 독립적인 석사과정 신설은 요원하다 하겠지만 동양어문학부에 속해 있는 중국어문학과, 일본어문학과와 공동으로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학원 개설 문제는 학과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국학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은 자명하다. 바베쉬-보여이대 내, 대학원과정 개설은 전체 루마니아 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국학의 질적·양적 성장에 큰 동력이 될 것이 틀림없다.

마지막으로, 지속적인 질적 발전을 이루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 내 여러 기관의 관심과 지원이 당분간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이에 앞서 루마니아 측 대학기관들의 노력과 의지가 전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루마니아 내 한국학이 중국학과 일본학 이상으로 발전되기를 고대하며, 나아가 전 세계에서도 한국학의 입지가 좀 더 확고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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