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교류센터 설치 5주년에 즈음하여

 


前 센터 연구원
최재성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문화교류센터가 발족된 지 다섯 돌이 되었다. 2003년 3월에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을 위해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가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5년이란 기간이 긴 세월은 아니지만, 센터의 명칭도 바뀌고 소속 기관의 이름도 변경된 것만을 놓고 보더라도, 일도 많았고 어려움도 많았던 과정이었다.

아마 이런 인연으로 필자에게까지 원고 집필 요청이 들어온 것으로 생각한다. 사실 그곳에서 일하기 전만해도 그런 일을 하는 곳이 있는지 몰랐고, 그런 일이 필요한지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센터에서 일하면서 그 일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센터 구성원 여러분은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만하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한국문화교류센터가 그간 숱한 어려움을 헤치고 이룩해낸 업적에 대해 찬사를 보낸다. 아울러 앞으로도 배전의 노력으로 그간의 업적을 능가하는 활동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센터에서 필자에게 원고 집필을 요청한 취지가 단지 덕담이나 듣자는 것은 아닐 터이므로 5주년에 즈음한 덕담은 이 정도로 하고, 과거의 근무경험을 바탕으로 센터가 보다 발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외부 환경에 대한 차분한 대응이다. 한국바로알리기사업과 관련한 외부 환경 변화라 하면 대개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중국의 동북공정 문제이다. 이들 문제가 발생할 때면 온 나라가 그 문제로 들끓게 된다. 언론의 집중보도와 그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 때문에 국민감정까지 덩달아 고조되기 때문이다. 과거의 예를 볼 때 언론과 국회의원으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한 정부(교육부)는 예산 지원을 빌미로 센터에 대해 아이디어 제출과 대응 활동을 닦달하고, 센터로서는 정부의 압박을 거부하지 못해 센터의 모든 역량을 그 문제 해결에 쏟아 부었다. 그러다 보면 그 문제 이외에 따로 계획했던 사업 추진에 차질이 생기기 마련이다.

예정대로라면 2001년, 2005년에 이어 내년인 2009년에 4년 주기의 일본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우리나라의 언론이나 국회의 행태를 볼 때 일본 후쇼사의 역사교과서 검정 문제가 발생한다면 4년 전의 호들갑이 되풀이될지도 모르겠다. 센터로서는 그런 문제에 대해 한때 반짝 홍역 치르듯 대증요법 식의 즉자적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긴 호흡을 갖고 멀리 내다보면서 차분히 대응했으면 좋겠다.

둘째, 센터 소속 연구원들이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한다. 2003년에 일본 출장 갔을 때 국제교육정보센터라는 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곳 직원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 직원 대개가 50-60대 중장년층이었던 것이다. 젊어서부터 시작한 일을 중장년이 되어서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러웠다. 그러나 한국문화교류센터의 사정은 그것과 크게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문화교류센터에서 일을 하면서 아무리 좋은 역량이 갖추어진다 해도 고용의 불안정이 늘 따라다니는 한, 좋은 환경의 일자리가 생기면 언제든지 그곳으로 옮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을 탓할 수는 없다. 오랜 기간 숙련된 전문가가 센터를 떠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근무환경이 개선되었으면 한다.

셋째, 센터에서는 보다 많은 연구자들을 충원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국바로알리기사업에서 알릴 내용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이다. 한국의 과거는 한국의 역사이고, 한국의 현재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이다. 따라서 센터에서는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잘 아는 전문가가 많을수록 사업 추진에 유리하다. 몇 해 전 필자가 센터에서 일하면서 한 외부 전문가에게 외국 교과서의 내용 번역과 분석을 의뢰했을 때, 그 전문가는 그 일을 센터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에 있는 자신에게 그 일을 맡기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탄식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유행하던 말로 센터가 ‘콘텐츠’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으로, 센터에 연구자가 충분히 배치되어 외국 교과서 번역이나 분석을 내부에서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었다.

지금은 필자가 센터를 떠나 있어서 센터 내부 사정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지만, 아마 전에 비해서는 개선되었으리라 여기나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필자의 전공인 한국사만 국한해서 말한다면, 고대사, 중세사, 근현대사 이렇게 최소한 3명의 전공자가 배치되어 외국교과서의 한국 역사 기술 내용을 분석하고, 한국 역사 소개 자료 개발 일을 나눠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분야별로 모든 전문가를 배치한다면 이상적으로 바람직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나 업무 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사 분야만이라도 필자의 제안대로 된다면, 사업의 효율적 수행, 역량의 축적 등에서 괄목할 실적을 거두리라 생각한다.

센터에 계신 분들에게 센터 앞에 놓여있는 두 갈래길 가운데 장기적으로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이 좋을지를 선택하는 고민을 해 보시도록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두 갈래길 가운데 하나는 외부 연구자를 동원하여 내용을 해결하면서 센터에서는 그 일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 연구자 충원으로 센터의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고 채워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