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야할 길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양영균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문화교류센터가 출범 5년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면 아직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의 단계이지만, 센터는 5년간 꽤 많은 성과를 올렸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센터가 수행하는 기본 업무들은 이미 다른 기구에서 수행하던 것이기에 센터의 출범을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탄생’으로 부르기엔 무리가 있을 수도 있지만, 그간 많은 변화와 새로운 시도들이 있었기에 ‘재탄생’이라고 보기엔 충분한 것 같다. 필자는 센터 업무 중 일부인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에 2년여 동안 관여해왔기 때문에 그에 한정하여 그때의 경험과 지난 1년간 한국을 떠나 있으면서 느낀 점들에 기초하여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길에 대해서 간단하게 이야기하려 한다.

한국 바로 알리기는 글자 그대로 한국을 외국에 바르게 알리는 것, 외국인들이 한국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방면에 걸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은 외국의 중고등 과정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외국의 중고등학교 교재에 한국이 정확하게 서술되도록 하고, 교사들이 한국에 대해서 바르게 가르치게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목표에 따라서 여러 가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을 수행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세계사적 흐름과 현재 세계정세 속에서 한국의 위상과 진면목이 아직 너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세계 각국의 교과서에서 한국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보니, 터무니없는 내용이나마 한국이 나오면 반가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현재까지 매우 제한된 예산과 인력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오류를 수정하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한국 관련 내용이 교과서에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란 점을 센터에서도 인식하고 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의 자원으로는 그 성과는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한류, 국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에 대한 좋은 평가 등이 한국을 널리 알리고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조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는 우리 모습의 아주 일부일 뿐이라는 점이 아쉽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한국의 진면목은 한국의 역사적 경험에 있다. 200개가 넘는 전세계 국가들 중 대다수가 식민 지배를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35년간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해방되어, 5년 만에 세계 강국들이 충돌하는 내전을 치렀고 그 여파로 극빈국의 위치에 있었고, 불과 20여 년 전까지 권위주의 정권의 억압적 통치 아래에 있던 한국은 해방 후 5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정치적 민주화까지 달성한 매우 놀랍고 예외적인 성과를 이루었다. 대다수의 국가들의 귀감이 되어 그들의 미래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대상이 바로 대한민국이며, 이것이 전세계에 내세울 우리의 진면목인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참모습을 널리 알리기 위해 센터에서도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사실 센터의 능력으로 이룰 수 있는 과업은 아니다. 해외공관을 비롯한 정부 각 부문과 기관들, 민간단체들, 학계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과 해외동포까지 포함해서 우리 모두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국바로알리기’ 사업과 관련하여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점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사업의 안정성 확보이다. 우리 국민의 특징을 ‘은근과 끈기’라고도 하고 ‘냄비근성’이라고도 한다. 이 둘은 모순에 가까운 성향인데, 동시에 가질 수 있을까? 어느 한 쪽이 틀렸다기보다는 둘 다 가지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쪽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에는 은근과 끈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가 목표하는 바가 빨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진정성과 근거를 가지고 계속적으로 우리의 뜻을 전달하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장기 목표를 수립하고 흔들림 없이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하는데, 그를 위해서 예산과 인력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1년 단위로 수립되고 집행되는 예산이 여태까지처럼 부침을 계속한다면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업무 담당자의 안정적 고용 역시 중요하다. 장기간의 사업 수행을 통해 얻어진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인맥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몇 년 전 태국 교육부를 방문했을 때 우리의 카운터파트였던 부서의 책임자는 “이 기관은 몇 년 전에도 방문한 것 같은데 사람이 모두 바뀌었다”는 말을 했다. 만일 같은 사람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몇 년 만에 한 번 씩 만난다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더 용이할 것은 자명하다. 아무리 인수인계를 철저히 한다고 하더라도 이전 담당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고, 더구나 상대방의 기억과 감정은 우리로선 어쩔 수 없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호혜적 자세가 필요하다. 센터에서는 각국의 교과서 담당 관료나 학자들을 초청하여 한국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중 자기나라의 교과서에 상대방 나라가 어떻게 서술되었는지 분석하고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는 기회를 가진다. 우리로서는 자기 나라 교과서에 한국에 대해 어떻게 서술되어 있으며 무엇이 문제인지를 스스로 알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고, 상대방 국가에 대한 한국 교과서 서술에 대한 분석은 일종의 ‘호혜적 제스처’로 해왔다. 그런데 그 과정을 통해서 한국 교과서에도 오류가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세계사나 세계지리 분야의 경우 이제는 세계 각국에 대한 전문가가 한국에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 대한 한국의 교과서 내용에 오류가 많다는 것은 우리 청소년 교육에 허점이 있음을 알면서 방치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한국바로알리기’에 적용하면 우리의 허물에는 눈을 감고 남의 허물만 들추어내어 문제 삼는 것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많은 국가들이 우리의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처럼 체계적으로 외국 교과서에 대한 연구를 하거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오류의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비록 아니더라도, 자기 나라가 바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은 크다는 것을 여러 기회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교과서에 있는 오류를 수정하면서 그네들 교과서에 있는 우리에 대한 오류의 수정을 요구하는 호혜적 자세와 활동을 한다면 ‘한국바로알리기’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우리가 가야할 길이 멀고 험하더라고 은근과 끈기로써 꾸준히 가다 보면 멀지 않은 장래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