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출범 5년을 맞으며...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교육학)
이길상










센터가 출범 5주년을 맞았다. 다른 기관에서 20년 간 추진해 오던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을 넘겨받아 초석을 쌓았고, 여기에 해외한국학지원사업이 합해짐으로써 지금은 명실상부하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출범당시 연 10억 원이었던 예산 규모도 이제 50억 원 이상이 되었으니 나이에 비해 꽤 몸집이 성장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겠다.

사람의 나이로 다섯 살이라면 유아기로 이제 막 글을 배우고 셈을 배울 어린 시절이지만 기관의 나이로 다섯은 결코 적지가 않다. 고구려연구재단이 그러했듯이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는 기관도 많다. 그러나 한국문화교류센터는 지난 5년간 세계 각국의 교과서를 분석하여 발견된 오류를 시정하였고, 교육부의 해외 한국학지원사업 전담기관이 되었으며, 다양한 외국어로 된 한국이해자료를 개발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센터가 지금처럼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기관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한국학중앙연구원이라고 하는 튼튼한 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해외에 알리는 일을 추진하는 연구원이 가진 인적, 물적 기반 때문에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이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한국바로알리기 사업과 해외한국학 지원사업의 통합 운영을 통해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이 내실을 기할 수 있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구성원 모두의 헌신적 노력이 있었기에 센터가 나름대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구성원들이 비록 신분이 불안한 비정규직으로 출발하였고, 처우 수준은 최하위 공무원에도 미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애정을 갖고 사업에 열정을 바치지 않았다면 센터가 지금과 같은 위상을 확보하지 못하였을 것이다. 이들이 안정적으로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시기적으로 일본에 의한 역사교과서 왜곡과 독도 주권 침탈, 그리고 중국에 의한 동북공정의 추진이라고 하는 큰 소용돌이로 인해 센터에서 추진하는 외국교과서 오류시정 사업이 정치적, 대중적 지지를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지만 한편 우려스럽기도 하다. 주변 국가에 의한 역사 왜곡, 역사주권 침탈 행위로 인해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이나 해외한국학지원 사업이 외부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은 우려할만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변 국가에 의한 역사 왜곡이 발생하기 이전에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사업에 국가적 관심과 대중적 지지가 모아지지 않는 한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의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주변국가에 의한 역사왜곡이 언론을 통해 사회문제로 부각되지 않을 경우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의 중요성이 부인되고, 예산 감축이 운운 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수십조 원의 교육부 예산에서 불과 연 1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지원하는 일인데 매년 지원 액수를 감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다니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 어느 나라 공무원인지 모르겠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해외에 홍보하는 일에 매달려야 할 보직자들과 실무자들이 예산 수호를 위해 연중무휴로 교육부와 국회를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해’ ‘독도’ ‘고구려 역사’를 지키는 일보다 어려운 것이 10억원의 한국바로알리기 사업 예산을 수호하는 일이라는 것을 우리 국민들은 알고 있을까? 일본이나 중국의 보수 정치인, 학자들이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본다면 무어라고 말할까?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내년 예산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4년간의 센터소장 경험을 토대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최근 한두 해 동안에는 역사왜곡 문제가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내년의 한국바로알리기 사업 예산은 교육부 스스로 축소 편성할 것이 분명하다. 기획재정부와 국회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 같다.

문제는 내년 4월이다. 통상적으로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검정이 이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학습지도요령 개정으로 검정이 없이 기존 교과서의 채택 과정만 이루어질 수도 있고, 검정 절차가 1~2년 미루어질 수도 있다. 다시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와 언론, 그리고 역사관련 학회의 비판과 우려가 쏟아질 것이 분명하다. 올림픽을 무사하게 마친 중국도 더 이상 일본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합세할 것이다. 그러면 국회가 정부의 무책임을 질타하고, 교육부는 가용 예산 중에서 한국바로알리기 사업비를 확대하느라 분주할 것이다. 결국 2010년도 예산 편성(안)에서는 예산 규모가 다시 현재의 수준으로 환원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시민단체와의 친화성이 높지 않은 현 정부이기에 속단을 할 수는 없다. 지난 몇 개월의 통치모습을 보면 현 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적 실용주의’가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이런 역사왜곡 문제를 어찌 다룰지 걱정이 크다.

우리는 왜 이럴까? 동북공정에 맞서서 혈서를 쓰고, 일본 역사교과서 화형식을 하고, 일본까지 원정 시위를 하면서도 왜 1년 앞은 내다보지 못할까? 일본과 중국 이외에 수많은 나라의 교과서에서 한국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국가이미지와 국가경쟁력에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를 왜 모를까?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 5년 후, 센터 출범 10주년 즈음에는 이런 넋두리를 더 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그냥 축하 한마디로 끝냈으면 좋겠다.